가끔 보약을 먹고 병이 악화되어 오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환자의 상태에 따른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간 기능이 좋지 않거나, 혈압이 높거나, 당뇨가 많거나, 소화기능이 나쁘거나, 열이 많다거나, 신경을 너무 많이 쓴다든가 하는 상황을 무시하고 보약을 먹었기 때문이다. 보약은 세 가지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약을 지어주는 의사의 정성,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달이는 이의 정성, 그리고 때를 거르지 않고 효능을 믿는 마음으로 약을 먹는 환자의 정성이 합해질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로 눈을 놀리면 마치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남이 좋다는 약재를 선택, 정확한 처방 없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동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증상 감별과 체질진단이 있은 뒤에 복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보약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무작정 몸에 좋다는 그런 보약보다는 자신의 상태에 따라서 알맞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즉 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의 만성적인 질환이 있다면 병도 치료하면서 자신의 체질에 맞는 보약을 먹어야 병도 치료하고 몸 안의 면역기능도 도와주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병이 나지 못 먹어서 병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보약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무작정 좋다는 것만 먹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즉 혈압, 당뇨, 간 기능, 동맥경화, 수험생의 신경성 질환, 스트레스질환, 소화기 질환 등의 증세를 감안하여 치료와 보하는 것을 겸해야 할 것이다. 병세가 심하다면 일단은 병을 치료한 후에 보하는 약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수술을 하였거나 극도로 체력소모가 많았거나 특별히 아픈 증세가 없이 몸에 힘이 없거나 하는 경우에는 체질을 구별하여 보약을 복용하면 좋다.

체질별로 보약 효능은 다르다.

체질이 서로 다른 경우에는 보약도 다를 수밖에 없다. 체질보약은 기존의 《동의보감》식 보약과는 다른 체질에 따른 보약의 선택기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보약에 환자 상태에 따라 가감을 한다면 결국에 가서는 사상처방과 유사해질 것이다. 따라서 먼저 체질을 감별하여 본인의 체질을 알고 보약을 먹는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자신의 체질을 비롯해 현재 자신의 몸 중에서 가장 허약한 부분을 찾는다. 몸이 차가운지 뜨거운지, 뚱뚱한지 말랐는지에 따라 보약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질에 맞는 보약을 이해하기 위해선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체질의 구분 없이 증상에 따라 보약을 먹는 경우에는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몸에 맞지 않아서 다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부작용이 나서 먹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흔히 보약이라고 하면 녹용이나 인삼을 떠올리지만 녹용이나 인삼이 들어가지 않는 보약도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육미지황탕이나 형방지황탕은 인삼이나 녹용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음기를 보강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특히 소양인 체질에는 더할 나위 없는 보음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추어 보약을 선택해야 한다. 보약을 먹을 때는 당연히 진찰을 받고서 그 진단결과에 따라 먹어야 한다. 약국에 걸려 있는 ‘십전대보탕 얼마, 녹용대보탕 얼마’라는 선전 문구를 보고 봄가을로 달여 먹는다고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엄연히 한약도 약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사상체질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전판이 되리라 생각된다.

경옥고는 소양인 체질에게 좋다.

경옥고는 그 구성약재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경옥고는 꿀, 인삼, 그리고 복령과 생지황즙 이렇게 네 가지 약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4가지 약재 중에서 생지황이 가장 강력한 작용을 하고, 복령과 인삼이 보조적인 기능을 하면서 꿀로 변성을 방지하면서 맛을 좋게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경옥고는 소양인 체질 중에서 화(火)가 많은 사람이 먹으면 도움이 되고, 몸에 열이 많으면서 소화력이 너무 좋은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보약이다. 또 경옥고는 빠른 효과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보약이며, 꾸준히 복용할 때 점차적으로 몸의 기능이 좋아지게 된다. 《동의보감》에는 이십여 년 간 복용하면 300살을 넘게 살 수 있다고 과장한 보약이다.

홍삼은 소음인 체질에게 좋다.

홍삼은 인삼을 일정시간 동안 쪄서 햇볕에 말린 것으로 유효 사포닌의 종류를 증가시키고, 보존성을 좋게 한 것이다. 홍삼은 인삼과 마찬가지로 생체의 비특이성 면역력과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을 증강시킨다. 홍삼은 원기를 보강하고, 혈액을 만들며, 진액을 만들어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홍삼은 양기를 보강하기 때문에 성기능회복에 도움을 주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식욕을 증진시키고 설사를 치료하며, 기력부족으로 인한 노인성 질환에 효과가 있고, 오래된 상처를 아물게 한다. 또 홍삼은 피로가 심하고 기운이 없을 때 특효가 있으며, 과음한 다음날이나 잠을 많이 자는 사람에게도 좋다. 인삼은 원기를 보하고 허탈을 치료, 혈액을 만들고 심기를 길러 정신을 안정시킨다. 그래서 평소에 혈압이 낮아서 기운이 없고, 피로하면서 손발이 차거나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인삼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좋지 않지만 홍삼은 체질과 병증에 상관없이 먹으면 좋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2009년 고려인삼학회가 연구비를 지원한 '고려홍삼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 및 맥상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논문을 보면 태음인이 홍삼을 1달 이상 먹었을 때 혈압이 올라갔다는 보고가 있었다. 따라서 홍삼은 소음인 체질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소음인 체질이라고 할지라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홍삼 2그램을 매 끼니마다 씹어서 먹거나 홍삼진액을 티스푼 한 개씩 따뜻한 물에 타서 먹는다. 특히 몸에 열이 많은 태음인과 소양인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오가피는 태양인 체질에 좋다.

2000년 이후부터 오가피에 대한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오가피는 아무에게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오가피는 소화흡수기능이 약한 태양인 체질의 허약증을 치료하는 보약일 뿐이다. 그러므로 보약도 증상과 맥을 보아야 할 뿐 아니라 반드시 체질검사로 체질을 구별한 후 자신의 체질에 가장 맞는 보약을 선택해야 한다. 가슴 윗부분이 발달한 태양인은 목덜미가 굵고 뒷머리가 발달한 반면, 허리가 가늘고 다리 힘이 약하다. 대체적으로 눈은 작지만 용모가 뚜렷하고 살은 별로 없다. 성격은 사회적 관계에 뛰어나고 재능도 많으며 지도력이 강하다. 단점은 방종하기 쉽고, 계획성이 적으며 치밀하지 못한 점이 있다. 다른 체질에 비해 드물어서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대체적으로 소양인과 유사한 점이 많으며, 병에 잘 걸리지는 않지만 병이 나면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태양인은 오가피, 모과, 포도근, 송절 등을 단방으로 먹거나 오가피장척탕, 미후도식장탕 등을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사상체질 중 가장 보편적이고 흔한 체질이 바로 태음인 체질이다. 태음인은 호흡기 계통과 심장 순환기 계통이 약한 반면 간장 기능 계통이 비교적 강하다. 머리는 체격에 비해 작고 가슴은 약하나 복부는 견실한 편이다. 허리가 굵고 근육이나 골격의 발육이 양호하고 목덜미는 가늘다. 과묵한 편이며 고지식하고 말없이 실천하지만 처세에 능한 요소도 있다. 다른 체질에 비해 잘 먹는 편인 태음인은 여러 가지 성인병인 고혈압, 당뇨병, 동맥강화, 비만, 간장 질환 등에 잘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든 소화를 잘 시켜 모든 보약이 맞는 것 같지만 그 양이 많아지면 부작용이 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녹용, 녹각, 맥문동, 천문동, 오미자, 산약, 황정, 선모, 속단, 음양곽, 용안육 등을 단방으로 먹거나, 큰 병이 없다면 태음인의 태음조위탕, 조위승청탕, 공진흑원단, 녹용대보탕, 청심연자탕 등도 괜찮다. 소음인은 엉덩이가 크고 앉은 자세가 안정감이 있으나, 가슴둘레는 빈약한 체질이다. 보통은 키가 작은데 드물게 장신도 있다. 상체보다 하체가 잘 발달했고, 걸을 때 앞으로 구부정한 모습을 하는 사람이 많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견실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체격이 작고 마르고 약한 체형이다. 그래서 미인이 가장 많은 체형이 바로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성격이 치밀하고 온순하며 잔재주가 많고 마음 씀씀이가 세심하고 부드러워 주위의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다. 반면에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이런 소음인에게는 위장의 기능을 도와주면서 기운을 보강해주는 약이 좋다. 인삼, 홍삼, 황기, 당귀, 천궁, 꿀, 백작약, 백하수오, 백출, 두충, 파고지 등이 좋으며, 평소에 기운이 약하고 한숨을 자주 쉬는 경우나, 속이 답답하고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에는 보중익기탕, 팔물군자탕, 십전대보탕, 곽향정기산 등을 투여해서 양기를 보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인삼과 대추는 소음인 체질에 잘 맞는 약이다. 소양인은 가슴 부위가 잘 발달해 있는 반면에 엉덩이 아래는 약하다. 걸음걸이가 가볍고 날래며 입술이 얇고 엉덩이 부위가 약해 앉은 모습이 불안정해 보이며 말이나 몸가짐이 민첩해 경솔해 보이기도 한다. 주로 외부 활동을 좋아하고 책임감과 명예욕이 강하며 감정의 변화가 심해 좋고 나쁜 것이 분명하며, 심사숙고하지 않고 즉각적인 대답을 하는 단점도 있다. 주로 말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노력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소양인은 적극적이고 민첩해 사무에 능하고 매사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다. 성격이 솔직하며 의협심과 봉사정신이 강한 것도 이 체질의 장점이지만 지구력과 끈기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열이 많고 성격이 급한 소양인은 쉽게 위로 솟아오르는 화와 열기를 밑으로 가라앉혀야 한다. 따라서 인삼처럼 열이 많은 보약은 삼가야 한다. 숙지황, 생지황, 산수유, 구기자, 토사자, 복분자, 지부자 등을 단방으로 먹으면 좋고, 평소에 몸이 차거나 대변이 무르면서 자주 보는 경우에는 육미지황탕, 형방지황탕, 십이미지황탕 등을 투여해서 음기를 보강해야 한다. ‘약이 되는 독, 독이 되는 약’이라는 말이 있다. 우스운 말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체질도 모르고 엉뚱한 약을 쓸 경우, 약이 오히려 독이 되는 수가 많다. 반면 독도 체질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말이다. 일례로 흔히 부자라는 약을 소양인들이 잘못 먹고 부자 독이 오르는 수가 있다. 하지만 부자는 기운이 약하고 손발이 차면서 맥이 느리고 힘이 없는 소음인에게는 매우 효과적인 약이 된다. 따라서 남들이 어떤 약에 효과를 봤다는 말만 믿고 따라한다고 해서 나도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바로 체질치료의 원칙이기도 하다.